인연 > 컬럼

본문 바로가기
미주지역 바로가기 : Calgary/EdmontonChicagoDallasDenverHouston,    TorontoVancouverHawaiiLANYSeattle

컬럼

기타 인연

페이지 정보

본문


오늘 내가 만난 모든 사람이 내 뜻이 아닌 운명처럼 다가온 사람일 수 있다.

safeway에서 하루 8시간을 일하는 동안 만나는 사람들의 숫자를 헤아려보면 아마 180명 정도 되는 것 같다. 일하는 동료가 20명가량 되고 safeway를 찾은 쇼핑객 중 내가 일하는 부서에서 만나는 사람이 대략 30분에 10명이 된다고 하면 180명이란 숫자가 나온다. 그런데 그 사람 중 기억에 남고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 인사를 나누는 고객은 많지 않은 숫자다. 대부분 사람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내가 직접 물건을 팔기 위해 손님을 상대하는 역할이 아니어서 특별한 경우의 손님만 기억한다. 특별한 경우란 내게 물건을 찾는다고 질문을 하거나 쇼핑을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경우와 만날 때마다 반갑게 인사를 하는 사람, 특별한 패션을 한 사람들이다. 어떤 경우는 같이 일하는 동료보다도 더 친한 사람도 있다. 넓은 공간에서 일하다 보니 부서가 다르면 거의 만날 일이 없다. 그래서 Hi 정도가 전부인 사람도 많다. 그런데 고객하고는 날씨 이야기부터 물건에 대한 이야기, 휴가 갔다 온 이야기 등 다양하게 나누기도 한다. 물론 처음부터는 아니고 자주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하다 보니 오랜만에 만나면 안부인사도 나누는 것이다.

 

내가 오늘 만난 사람이 로또 당첨보다 더 어렵게 만난 사람일 수 있다.

전 세계 인구가 거의 70억이다. 하루에 스쳐 지나가는 사람 포함하여 내가 만나는 사람의 숫자가 얼마나 될까? 아마 200명을 넘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날 기준이다. 5분 정도 특별히 인사를 나눌 정도의 사람들은 가족과 가까운 지인을 포함해도 아마 20명이 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오늘 만난 20명은 70억 인구 중 0.00000029%의 확률로 만난 사람들이니 거의 기적에 가까운 사람들과 만남이다. 한국에서 로또 당첨확률이 814만 5천 50분이 1이라고 하는데 내가 70억 인구 중에 오늘 만나 20명은 3억5천분의 1에 해당한다. 그러니 오늘 내가 스쳐 지나가는 사람을 제외하고 인사를 나눈 사람은 아주 특별한 인연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 하루에 한 번 이상을 다른 장소에서 만났다면 이건 거의 계산이 불가능한 확률로 만난 것이다.

 

그렇다면 인연이라 불리는 만남은 어떤 만남일까?

한 번 이상 만나거나 혹은 한 번의 만남이라도 공통된 무언가의 연이 닿을 때 인연이라 칭할 것이다. 즉 같은 고향이던지, 성이 같던지, 어려서 살던 곳이 같았던지 등등을 말한다. 필자는 한 번의 만남도 기막힌 인연이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이 불가사의한 인연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인간사 모든 것을 내려다 보고 계시는 신의 의도에 의해서일까? 아니면 우주 만물의 기를 안고 태어나면서 지니게 된 사주에 의해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내가 전생에 맺은 연 때문인가? 세 가지 모두 인간의 의지로써 해결할 수 없는 절대적 운명이라고 생각된다. 하물며, 부부와 친구, 지인, 그리고 그나마 개인의 선택 여지가 없이 외부적 힘으로 강제로 주어진 부모와 자식 간의 천문학적 확률을 지닌 인연은 불가지론의 탄생배경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인연을 만난다. 그러나 만나는 모든 사람과 인연을 맺지는 못한다. 다만 인연이 닿았을 뿐이다. 그 외는 우리의 선택이다. 그저 닿은 인연을 소중하게 맺어서 더 큰 인연으로 이을 것인가? 아닌가? 이다.

 

인연은 우연의 창조물이다.

인연을 맺는 것은 인위적 노력에 의해서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일회적으로 만나는 것은 우연이다. 그 우연을 지속시키는 인연은 개인의 노력화된 의지에 의해서다. 인간은 존재하는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간다. 존재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르트르는 실존이 존재에 앞선다고 한 것이다. 우연은 만남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만남이 만남 이상일 수 있게 하는 것은 그 만남에 의미를 부여할 때이다. 그럴 때 인간은 우연을 인연으로 승화시킨다. 우연이 인연을 창조하지만 지속시키지는 못한다는 의미이다. 인연의 연을 지속시키는 것은 감정을 동반한 인간의 인위적 노력에 의해서다.

 

우연과 인연으로 다져진 만남은 어떤 성격을 띠는가?

옛말에 근주자적근묵자흑 [近朱者赤近墨者黑] 이라는 말이 있다. 붉은색을 가까이하면 붉게 물들고 먹을 가까이하면 검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을 보려면 그 친구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오늘날에도 이 말이 통할지는 모르겠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 과연 나를 말해주는가? 귀인을 만나면 귀인이 되고, 하찮은 사람을 만나면 하찮게 된다는 옛말도 있다. 그 옛날 교통과 통신수단이 없었을 때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이 전부이니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친구만큼 좋은 기준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를 제집 드나들듯이 다니고,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이런 모든 말은 그럴 수도 있다는 활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만나는 사람의 존재 조건, 즉 사회적 지위나 부는 그저 그 사람의 평가항목이지 나와는 무관한 것으로 생각한다. 심지어 뛰어난 인격 소유자를 만난다 해도 저절로 물들지 않는다. 물들 기회가 있을 뿐이다. 한 집안에도 다양한 인간 군상이 늘 있어왔음이 반증한다. 한 배에서 난 자식도 아롱이다롱이 다르다고 하지 않는가?

 

만남의 성격을 규정짓는 매개는 감정이다.

이처럼 우연과 인연에 의한 만남의 매개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모든 대상에 대한 감정을 품는다. 그 감정은 호감, 비호감, 중립 이렇게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으며 그 감정은 물과 같다. 빠르게, 느리게, 굽이쳐서 흐르거나 또는 제자리를 맴돌기도 한다. 흐르다 자신보다 더 큰물을 만나면 흐름을 놓치고 작은 물을 만나면 휘감아 더 가파르게 흐른다. 이것이 감정의 기복이다. 세가지 감정 중 첫 번째로 호감은 사랑(연인관계만이 아닌)이 될 수 있다. 이 사랑은 특별한 감정으로 떨림과 설렘으로 반응하거나, 반대로 편안함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심장의 쿵쾅거림만이 아니라 호수처럼 잔잔함도 사랑이라는 것이다. 평생 쿵쾅거리면 심장병에 어찌 편안할 날이 있겠는가? 그래서 영원한 떨림은 생명을 유지하고자 하는 본능에 의해 옅어지다가 사라진다. 떨림의 사랑은 임시 정거장일 수도 있으나 편안함의 사랑은 정거장을 넘어 차고지의 사랑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유한적 존재의 인간에게 임시 정거장 아닌 것이 어디 있겠는가?

법정 스님은 “ 진정한 인연과 스쳐 가는 인연을 구분해서 맺어야 한다고 했다. 옷깃을 한번 스친 사람까지 인연을 맺으려고 하는 것은 불필요한 소모적인 일이라고 했다. 소중한 인연을 맺는 것을 어렵게 하니 구분해서 맺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인연에 구분이 있을까? 앞에서도 말했지만, 인간의 인연은 불가사의하고 기적적인 만남이다. 그 어떤 인위적 노력으로 구분하려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소모적 일이라고 본다. 우연이 창조해낸 인연은 받아들임만 있다. 그렇게 받아들인 인연은 물과 같이 흘러 제 갈 길을 찾아간다. 그러니 막을 것이 아니라 흘러가게 해야 할 것이다.

 

인연을 맺으려는 저변에는 인정의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내가 누구와 인연을 맺을 때 그 저변에는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도 함께 한다. 사랑을 인정받고자하거나, 능력을 인정받고자 하거나 그도 저도 아니면 존재하는 그 자체로서의 자신을 인연의 상대로부터 확증 받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삼국지에서 보면 뛰어나 지략가는 끊임없이 자기를 알아주는 군주를 찾아 인연을 맺고자 한다. 나와 인연을 맺은 사람의 작은 능력이라도 인정해주는 것이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가게 하는 동력이 된다.

우리는 오늘도 로또 당첨보다도 더 만나기 어려운 지구촌 사람을 만난다. 우연은 인연을 창조하고 둘의 사랑으로 감정이 탄생한다. 기적처럼 만나 감정을 품고 물처럼 흘러 흘러 어디로 갈 것인가? 그 몫은 온전히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Login

회원가입
이번호 신문보기 더보기

회사소개(KOR) | 광고&상담 문의
디스타임
5505A 4TH STREET SE. Calgary AB T2H1K8
TEL. 403.804.0961 | E-MAIL. 1995@thistime.ca
Copyright © 디스타임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or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팝업레이어 알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