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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은 대표]


오전 4시 30분, 미타사 새벽예불, 은은한 목탁소리에 잠이 깬다. 잠시 뒤척거린다. 결국은 일어난다.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읽는다.

오전 6시, 추위 대비 옷을 챙겨 입고 아침 산책길에 나선다. 춘설이 하얗게 내렸다. 

오전 8시, 모닝커피와 간단한 아침식사, 고향의 어머니께 전화드리고 SNS에 아침 명상(글과 사진) 인사를 나눈다. 

행복 디자이너의 아침 일상이다. 

지극히 사소하여 이보다 더 사소한 것들이 있을까 싶다. 아니 사소한 일들이 없으면 아침이 오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했다. 

서랍 속에 반듯하게 개어 놓은 깨끗한 팬츠가 쌓여 있다는 건 인생에 있어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데, 그건 어쩌면 나 혼자만의 특수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나는 속옷인 러닝셔츠도 상당히 좋아한다. 산뜻한 면 냄새가 나는 흰 러닝셔츠를 머리로부터 뒤집어쓸 때의 그 기분도 역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이렇듯 하루키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깊게 생각할 것 없이 사소한 것 그 자체이다. 많은 사람들이 소확행에 열광하지만 그것은 사소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 신기하다. 

‘보잘것없이 작거나 적다’는 사소함인데, 왜 사람들은 소확행에 푹 빠져버렸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도 삶의 만족도라 할 행복지수는 또 왜 이리 낮은 지도 미스터리이다.

그러니 ‘사소함’에 대하여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사소함’을 전혀 사소하지 않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위의 아침 일상이 그렇듯이 오늘 하루도, 인생을 통틀어봐도 사소한 것 투성이다. 아니 사소함이 전부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삶에 특별한 것이 있는 양 사소함을 무시하고 살아간다. 너무 사소하니 무시해도 된다는 근거 없는 뭔가에 홀린 것 같기도 하다.

이제 자명해졌다. 그 어떤 하루도 사소함으로 가득하기에 사소한 것을 무시하고는 그 어떤 것이든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아니 사소함이 나를 지키고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기후 위기가 그렇고 삭막해진 도시문화가 그렇고 우리 사회에 팽배한 ‘나만 잘되면 된다’는 비뚤어진 시민의식으로 인한 공동체 위기 등 그 무엇도 일상의 사소한 것을 무시하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지극히 작은 상식을 내팽개친 결과물이 아니던가.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되어야 소확행도 가능한 것인데 거꾸로 가고 있는 반사회적 행태는 얼마나 이율배반적이고 모순인가. 

이제 사소함으로 돌아와야 한다. 사소함의 가치를 우리의 삶 속에서 진정 녹여내야 한다. 사소함이 살아나고 그 소중함을 잘 가꿔갈 때 지속 가능한 삶, 사회가 될 것이기에.

봄이 오는 것도 사소한 일이고, 하얀 눈 속에 迎春花가 피어나는 것도 사소한 일이다. 다만 그 사소한 일들이 내 오감의 촉수에 들어올 때 느껴지는 것이리라.

일상에 깨어있을 때 사소함에 깨어있을 때 사소함의 가치는 빛나고 나아가 행복으로 전환된다. 그것이 결국 행복의 발견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이르자 내 곁의 사소한 그 무엇도 얼마나 고마운지...

아주 사소한 새로운 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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