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붕괴가 불러온 '의료 이민'? 캐나다 환자들, 치료 위해 해외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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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헬스케어를 찾아 떠나는 캐나다인들…
국내 의료 대기 30주, 가족주치의도 없는 상황에 '의료 관광' 급증
심각한 의료 인력 부족과 시스템 정체로 인해 캐나다의 공공 의료체계가 한계에 다다르면서, 점점 더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의료 관광(medical tourism)'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더 이상 일부 부유층의 선택이 아닌, 절박한 환자들의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프레이저연구소(Fraser Institute)가 2024년 12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의로부터 전문의 진료까지의 전국 평균 대기 시간은 무려 30주로 집계됐다.
이는 조사가 시작된 1993년 이후 가장 긴 수치로, 당시보다 무려 222% 증가했다. 특히 정형외과 및 신경외과 수술 분야는 대기 기간이 길기로 악명이 높다.
캐나다의사회(CMA)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관절, 무릎, 백내장 등 응급을 요하지 않는 계획 수술들이 계속 지연되며, 가족 주치의를 두지 못한 캐나다인이 650만 명을 넘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리투아니아·멕시코·튀르키예(터키) 등지의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수술 대기 기간이 짧고, 비용도 저렴하며, 수술과 함께 휴양도 가능한 '3박자' 매력이 주요 요인이다.
에드먼턴에 거주하는 60대 남성 트레버 부키에다(Trevor Bouquieda)는 고관절 수술을 받기 위해 리투아니아행을 택했다. 알버타 내 병원에서는 수술 대기 시간이 14~16개월에 달한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리투아니아 병원에서는 단 3주 만에 수술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아파서 걷기도 힘든데 1년 넘게 기다리라는 말에 절망했다. 해외행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었다”고 말했다.
연방정부는 '주의보'… 감염, 의료정보 단절 우려도
그러나 연방정부는 해외 의료기관을 통한 수술에 대해 신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각국의 감염 관리 수준과 수술 후 후속 관리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항생제 내성 감염, 혈전, 부실한 시술 등의 부작용 가능성이 존재하며, 국내 의료진과의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으면 사후 치료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 보건부는 의료 관광을 고려하는 환자들에게 다음 사항을 강조하고 있다.
출국 전 캐나다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할 것
해당 병원이 국제 인증(예: JCI)을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할 것
수술 전후 치료 계획과 의료 기록 공유 방식 등을 병원 측과 명확히 협의할 것
응급 상황 발생 시 보험이 적용되는지, 보장 범위가 충분한지 검토할 것
"해외 치료는 구조적 붕괴의 신호"… 해법 없는 캐나다 보건 시스템
전문가들은 의료 관광 급증 현상이 단순한 개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캐나다 보건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반영한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중산층과 고령층의 불신을 키우고, 공공의료에 대한 의존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지금은 단순히 ‘해외에서 치료받는 캐나다인’의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십 년 동안 누적된 의료 인력 부족과 투자 부족, 시스템 비효율이 자리 잡고 있다”며, 밴쿠버 소재 한 공공보건학 교수는 “이 문제를 외면할 경우, 공공의료에 대한 신뢰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나다인들이 건강을 지키기 위해 국경을 넘어야 하는 현실. 의료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영역이 되고 있다. 치료를 기다리는 시간, 곧 생명이라는 사실이 캐나다에서도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밴쿠버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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