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포르쉐 리뷰] “1000마력 SUV의 반란”…독일서 만난 카이엔 일렉트릭, 롤러코스터보다 무서운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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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좋아해요?”
운전대를 잡은 독일인 전문 드라이버가 웃으며 묻는다. 대답을 망설일 틈도 없이 가속 페달이 깊게 밟힌다. ‘부아앙’ 하는 굉음과 함께 차는 튕기듯 튀어나간다. 계기판 바늘은 순식간에 시속 200㎞를 향해 치솟고, 몸은 시트에 파묻힌다. 눈앞이 잠깐 흐려진다. 이건 시승이 아니라 체험, 아니 거의 ‘사건’에 가깝다.
독일 라이프치히의 포르쉐 익스피리언스 센터(PEC). 이곳에서 처음 마주한 카이엔 일렉트릭은 시작부터 상식을 부순다. 총 길이 3.7㎞의 서킷 중 약 2㎞에 달하는 핸들링 트랙은 뉘르부르크링과 몬자, 세브링 같은 세계 유수 서킷의 코너를 오마주해 설계됐다. SUV가 이곳에서 무엇을 보여주겠다는 걸까. 답은 단순했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포르쉐식 자신감이다.
카이엔 일렉트릭은 힘이 남아돈다. 아니, 넘친다. 전문 드라이버는 이 차를 마치 스포츠카처럼 몰아붙인다. 직선 구간에서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만큼 폭발적인 가속이 이어지고, 코너에서는 덩치를 잊게 만드는 민첩함이 드러난다. 드리프트에 가까운 움직임에도 차체는 흔들림 없이 자세를 유지한다. 1,000마력 이상, 최대 토크 153㎏·m. 숫자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몸으로 느끼는 감각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3초. 시속 200㎞까지는 8초도 채 걸리지 않는다. 최고 속도는 시속 250㎞. 이 모든 수치를 ‘SUV’라는 단어와 함께 떠올리면 여전히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카이엔 일렉트릭은 그 비현실을 아무렇지 않게 현실로 만든다.
서킷에서 내려오면 또 다른 무대가 기다린다. 불과 몇 분 전까지 고속으로 질주하던 차가 이번엔 정글을 닮은 오프로드로 향한다. 자갈길, 진흙, 거친 모래, 급경사, 깊은 물길까지 이어지는 6㎞ 코스. “과연 이 차를 사는 사람들이 이런 곳을 얼마나 올까?”라는 생각이 스친다. 하지만 이 체험은 사용 빈도를 묻는 자리가 아니다. ‘우리는 어디서든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증명하는 자리다.
카이엔 일렉트릭은 태연하다. 방금 전까지 서킷에서 괴성을 내던 차가 맞나 싶을 정도로 차분하게 험로를 통과한다. 마지막 구간, 길이 100m·수심 50㎝의 물길을 거침없이 건넌 뒤에도 아무 일 없다는 듯 빠져나온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이 정도로는 포르쉐를 시험했다고 할 수 없어.”
이 자신감의 중심에는 기본 장착된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과 새롭게 개발된 ‘포르쉐 액티브 라이드’ 옵션이 있다. 이 시스템은 가속·제동·조향 상황에서도 차체를 항상 수평에 가깝게 유지하며, 네 바퀴에 하중을 균형 있게 배분한다. 노면 접지력은 극대화되고, 불필요한 움직임은 철저히 억제된다.
최대 3.5톤 견인 상황에서도 민첩한 핸들링을 유지한다는 설명은 과장이 아니다. 급가속에서도, 급제동에서도, 고속 코너링에서도 차는 ‘흔들리지 않는 법’을 알고 있다.
여기에 카이엔 최초로 ‘컴포트(Comfort) 주행 모드’가 더해졌다. 포르쉐 하면 떠오르던 다소 단단한 승차감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다. 지능형 차고 조절과 댐퍼 제어가 충격과 진동을 효과적으로 걸러내며, 탑승자는 오히려 고급 세단에 가까운 안락함을 느낀다. 그동안 “조금 불편해도 감수하고 타는 차”였던 포르쉐가, 이제는 “편안해서 더 오래 타고 싶은 차”로 진화한 셈이다.
카이엔 일렉트릭은 단순히 ‘전동화된 카이엔’이 아니다. 포르쉐가 전기 시대에도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선언문에 가깝다. 압도적인 성능, 완벽에 가까운 억제력, 그리고 의외의 편안함. 온로드와 오프로드, 스포츠와 컴포트라는 상반된 세계를 하나로 묶어낸다.
서킷을 내려오며 드라이버가 다시 미소를 짓는다. “어땠어요?”
대답은 간단하다.
“무섭도록 완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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